하락중 반등, 시장은 어떤 신호를 읽었나?
4월 24일 목요일, 시장은 예상외의 방향으로 움직였다. 뚜렷한 합의 없이 ‘협상 중’이라는 말뿐이었던 미중 간의 대화가 시장을 끌어올렸고, 명확한 팩트 없이 투자자들은 상승으로 화답했다. 이런 흐름이 단순히 낙관론 때문일까? 그 이면의 정서적, 정책적 흐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제 시장의 상승은 그저 ‘미국이 협상 의지가 있다’는 보도 하나로부터 출발한 듯 보이지만, 복합적인 정치심리, 통화정책의 방향, 소비 전망 그리고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에 대한 판단이 결합된 결과다. 특히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의향이 있다는 의사만으로도 시장은 ‘화해의 손짓’이라 받아들였고, 이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실제로 중국은 “협상은 없었다”고 못 박은 반면, 미국은 “만났다”고 했다. 둘 중 하나는 거짓을 말하는 셈인데, 시장은 미국의 해석에 더 무게를 실었다. 이것은 곧 ‘미국이 협상을 원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되었고, 불확실성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을 끌어올린 것이다.
관세 기대와 금리 하락이 만든 상승장
시장의 흐름을 더 깊이 이해하려면 금리의 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하락한 것은 두 가지 상반된 신호를 동시에 보여준다. 첫째,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은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보였고, 이로 인해 안전자산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금리가 하락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주식시장의 상승은 투자자들의 낙관적 전망을 반영한 결과다. 협상이 진전될 것이란 믿음은 곧 관세 인상 가능성을 낮추고, 이는 물가 상승 압력 완화와 함께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만든다. 따라서 금리 하락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하지만 두번째로 금리의 하락은 미국 내 소비 둔화와 경기침체 우려의 심화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반영한 결과일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부동산 시장은 팬데믹 이후 두 번째로 큰 하락폭을 기록했고, 소비자 낙관지수 역시 전 분기 대비 30% 이상 감소하였다. 게다가 향후 12개월 동안 경제가 더 악화될 것이라 보는 비율은 무려 80%에 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무역협상 기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실질적인 경제 우려이며, 시장은 이 같은 침체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결국 금리 하락은 낙관적 기대와 동시에 불안감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시장은 지금 무역협상 진전이라는 외형적 이유보다도, 그 안에 내재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강한 기대 심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은 관세 완화가 소비 심리를 되살리고, 이에 따라 침체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 믿는다. 이 기대가 투자 심리를 자극하며 주가를 끌어올린 결정적 원인이다. 다시 말해, 어제의 상승은 단순한 협상 뉴스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다’는 해석이 시장 전반에 퍼지면서 형성된 결과다.
정치적 변수, 트럼프의 전략 변화와 시장의 민감한 반응
정치적 흐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이름을 딴 ‘트럼프코인’ 관련 발언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자신을 지지하는 디지털 자산이 등장하자 처음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곧바로 선을 그으며 거리를 둔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대중 여론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치적 입장을 조정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처럼 이슈에 즉각 반응하는 트럼프의 스타일은 언론 보도에서도 반복된다. 최근 폭스뉴스가 트럼프의 지지율이 44%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와 경제에 대한 부적적 여론이 50%를 넘었다고 보도하자, 그는 적극적으로 폭스 뉴스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반박하며 강하게 대응했다. 민주당 편에 선 폭스뉴스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일관된 대응과 달리, 트럼프는 최근 미중 해상 물류 감소 "중국발 컨테이너 수입이 64% 급감"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침묵하며 중국과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말만 할 뿐이다. 이처럼 본인의 이해관계와 맞닿은 민감한 이슈에 소극적인 태도로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이를 두고 트럼프가 강경한 보호무역 기조에서 보다 실용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러한 기대감은 무역 관련 불확실성 완화와 함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정치인의 발언만큼이나 침묵도 의미 있는 메시지다. 트럼프의 태도 변화는 시장이 주목하는 중요한 정치적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매파적 연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여지
여기에 연준 내 인사들의 발언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월러 이사는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며, 관세는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는 향후 금리 정책이 다시 매파적으로 돌아설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그는 “관세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고 실업률이 본격적으로 올라가면 금리 인하도 지지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는 연준이 지금은 매파적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필요하다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시장은 바로 이 여지를 주목했다. 관세가 물가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거나 일시적이라면, 연준은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지만, 반대의 경우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는 신호는 시장의 낙관론을 부추겼다. 결국 이는 투자자들에게 ‘지금은 매도보다는 기다려보자’는 신중한 낙관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곧 주가의 상승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여전히 기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어제의 상승은 미중 협상의 진전 가능성, 트럼프의 유연한 스탠스, 연준의 전략적 모호성, 그리고 금리 하락이 동시에 만들어낸 심리적 상승장이었다. 실제로 어제 발표된 많은 지표와 실적들이 좋게 발표된 것은 거의 없었다. 지금 시장은 본질적인 실적 개선보다도 불확실성 해소와 기대 심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렇기에 시장이 바라는 것은 ‘명확한 해결책’이 아니라 ‘의지의 표현’이다. 미국이 중국과 화해를 원한다는 의지만으로 시장은 안도했고, 이 안도가 어제의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경고하고 싶은 것은 이와 같은 심리적 랠리는 본질적인 회복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이 약하다는 점이다. 향후 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이후, 연준의 금리 스탠스와 함께 미중 관계의 실질적인 합의 여부에 따라 시장은 다시 방향을 잡게 될 것이다. 지금은 단지 ‘기대’의 시간이며, 투자자들이 한숨 돌린 하루였을 뿐이다. 앞으로의 실질적인 경기 침체의 가능성으로 관심이 돌아간다면 다시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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